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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만을 단독적으로 고려하면 사실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습니다. 허수는 사칙연산 중 어느 것에도 닫혀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함부로 식을 조작해서 허수만의 어떤 결과를 이끌어내기가 매우 곤란하죠. 그런 의미에서 사칙연산과 기타 여러가지 조작들이 훌륭하게 통하는 복소수체계를 고려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런 단순한 것뿐만 아니라, 복소수체계를 생각하면 얻는 이점이 아주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물론 그 이점의 상당수는 고등학교 수준으로 설명하기엔 너무 추상적인(수학적인) 이점이라서 뭐라고 말하긴 힘드니까, 여기서는 좀 우회적으로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수와 기하학 사이의 연결고리를 통해 복소수의 필요성을 역설해봅시다. 중학교 때인가 언제인가 실수를 수직선 위에 표시하기 시작하면서, 기하학과 실수를 연결시켜 매우 재미있는 결과들을 얻어냈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사실 적잖은 학생들이 처음에 무리수를 접할 때에는 좀 어려워 하다가도, 실수를 기하학적으로 수직선으로 해석하는 것을 접하고 나면 이런 거부감이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죠. 아무래도 실제로 눈으로 보이면 허구의 것이라는 생각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고, 또한 그 성질을 깊고 새롭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1차원을 넘어서는 점들은 실수 하나로는 표현이 불가능하고 이제 여러개의 실수가 등장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3차원이면 세 개의 실수의 순서쌍을 도입해야 비로소 평면상의 아무 한 점을 나타낼 수 있죠. 하지만 2차원에서만큼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납니다. 질문하신 분이 아는 '수' 중에서 두 개의 실수로 표현되는 수가 있죠. 그게 바로 복소수입니다. 복소수는 수 하나가 평면상의 점 하나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복소수 a+bi (a,b는 실수) 를 평면상의 점 (a, b)와 아주 자연스럽게 대응시킬 수 있습니다.


이 대응이 인위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는데, 놀랍게도 복소수 사이의 연산을 이 대응을 통해 기하학적으로 해석해보면 매우 훌륭한 사실들이 드러납니다. 기하학에서 가장 중요한 변환들인 평행이동, 회전, 확대·축소를 모두 복소수의 사칙연산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소수는 그 대수적인 연산 자체가 매우 기하학적인 성질을 갖게 되고, 따라서 대수학과 기하학을 연결하는 다리가 됩니다. 생각해보세요. 평면의 기하학적인 명제를 복소수의 대수적인 방정식으로 표현하고 실제로 대수적으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실수는 그 태생이 해석학과 기하학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 확장인 복소수 역시 해석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됩니다. 고등학교에서 복소수 위에서의 미적분같은 것을 안 배우므로 여기서 자세히 소개할 순 없지만, 복소수 위에서의 해석학은 매우 고상하고 아름다우며, 순수수학과 응용수학 두 곳에서 모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따라서 복소수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수학의 3대 분야라고 할 수 있는 해석 - 대수 - 기하를 모두 연결하는 연결통로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정도면 그 중요성은 말 다 했죠.


마지막 질문에 답해드리자면… 복소수라는 말은 하나하나의 실수+허수로 이루어진 수를 가리키거나 혹은 그 수들의 모임을 가리키는 말이고, 복소수 체계라는 말은 복소수들의 모임이 이루는 대수적 구조니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하는 느낌이기 때문에, 사실 둘을 엄밀히 구분해서 쓸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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