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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지을 때 씨앗을 채종해서 뿌리지 않고, 씨앗을 구매해서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요

매년 직접 씨앗을 받아(채종) 심으면 비용도 아끼고 좋을 것 같지만, 현대 농업에서는 대부분 씨앗을 매번 구매해서 사용합니다. 여기에는 유전학적, 경제적, 그리고 관리 측면에서 매우 명확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들을 정리해 드릴게요.

1. F1 잡종(하이브리드) 씨앗의 유전적 특성 때문
우리가 시중에서 사는 대부분의 채소 씨앗(고추, 토마토, 오이, 배추 등)은 'F1 잡종(일대잡종)' 씨앗입니다. 서로 다른 우수한 특성을 가진 부모 세대를 교배해, 그 첫 번째 자식(F1) 세대에서 두 부모의 장점만 폭발적으로 나타나게 만든 것입니다. 이를 '잡종강세'라고 합니다.

구매한 F1 씨앗: 병해충에 강하고, 자라는 속도가 빠르며, 열매의 크기와 모양이 일정합니다.

자가 채종한 F2 씨앗: F1 작물에서 씨앗을 받아 그다음 해(F2)에 심으면, 멘델의 유전 법칙에 의해 유전자가 분리됩니다. 결과적으로 자라는 속도도 제각각이고, 열매 모양이나 크기도 들쭉날쭉하며, 맛이 떨어지거나 기형과가 나올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즉, 상품 가치가 뚝 떨어집니다.

2. 순도 유지와 바이러스 감염 위험
자가 채종을 하려면 주변에 다른 품종이 없어야 순수한 씨앗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지나 일반 밭에서는 벌이나 바람에 의해 인근의 다른 품종과 쉽게 교잡(교배)이 일어납니다.

또한, 식물이 자라는 동안 걸렸던 바이러스나 병원균이 씨앗을 통해 다음 세대로 전염(종자 전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 종묘 회사는 철저하게 격리된 환경에서 소독 및 검역을 거쳐 바이러스 없는 깨끗한 씨앗을 생산하지만, 일반 농가에서 직접 채종한 씨앗은 병해충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3. 발아율과 수확의 균일성 (품질 관리)
종묘 회사에서 판매하는 씨앗은 발아율 테스트를 거쳐 일정 수준 이상만 출하되며, 싹이 고르게 잘 트도록 특수 코팅 처리가 되어 나오기도 합니다.

반면 직접 채종한 씨앗은 겉보기엔 멀쩡해도 속이 비어 있거나 발아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넓은 밭에 씨를 뿌렸는데 어디는 싹이 트고 어디는 안 트면, 재배 관리와 수확 시기를 맞추기가 극도로 어려워집니다.

4. 노동력과 비용의 가성비
씨앗을 제대로 채종하려면 작물이 완전히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채종 후에도 말리고, 털고, 쭉정이를 골라내고, 적정 온도와 습도에서 보관하는 엄청난 번거로움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에 차라리 검증된 씨앗을 사서 심고, 작물 관리에 집중해 수확량을 늘리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입니다.

💡 예외는 있습니다: 고정종(토종) 씨앗
유전자가 고정되어 매년 씨를 받아 심어도 똑같은 작물이 나오는 '고정종'이나 '토종 씨앗'은 자가 채종이 가능합니다. (예: 상추, 쑥갓, 일부 토종 무 등) 다만, 이 경우에도 다른 품종과의 교잡을 막아야 하고 바이러스 관리를 잘해야 품종이 유지됩니다.

결론적으로 대량 재배나 안정적인 수확(일정한 크기, 맛, 병해충 저항성)이 중요한 현대 농업에서는, 유전적 변형이 없고 품질이 보증된 씨앗을 구매해서 쓰는 것이 실패 확률을 줄이는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채종을 해서 심기 좋은 작물이 있나요?

직접 채종해서 심기 좋은 작물들은 명확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자가수분(제꽃가루받이)'을 하거나 주변 작물과 교잡(섞임)이 잘 안 되는 작물, 그리고 유전자가 안정된 고정종(토종) 작물들입니다.

이런 작물들은 꽃이 피었을 때 자기 안에서 스스로 수정하기 때문에 다른 품종의 유전자가 섞일 확률이 매우 낮아, 이듬해에 심어도 부모 세대와 똑같은 품질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초보자나 일반 농가에서도 채종하기 쉽고 효율이 좋은 대표적인 작물들을 정리해 드립니다.

1. 상추
상추는 자가 채종 난이도가 가장 낮은 작물 중 하나입니다. 꽃이 피기 전에 이미 꽃봉오리 안에서 자가수분이 끝나는 특성이 있어 품종의 순도가 아주 잘 유지됩니다.
상추 씨앗 채종, AI로 생성
상추 씨앗 채종. 출처: Tending My Garden

방법: 봄이나 여름에 상추를 수확하다가 몇 포기만 따지 않고 그대로 두면 장대처럼 꽃대(추대)가 올라옵니다. 노란 꽃이 피고 진 자리에 하얀 솜털(민들레 씨앗 같은 형태)이 맺히는데, 이때 줄기째 잘라 종이봉투에 뒤집어 넣어 말리면 씨앗이 쏙쏙 떨어집니다.

2. 들깨 (깻잎)
우리나라 환경에 아주 잘 맞고 유전적으로도 안정된 고정종이 많아 자가 채종 효율이 극도로 높은 작물입니다.
갈색으로 익은 들깨 꼬투리, AI로 생성
갈색으로 익은 들깨 꼬투리. 출처: Kimchimari

방법: 가을이 되면 들깨 꽃줄기에 달린 꼬투리들이 초록색에서 갈색으로 변하며 바삭하게 마르기 시작합니다. 이때를 놓치면 씨앗이 땅에 다 떨어지므로, 꼬투리가 70-80% 정도 갈색으로 변했을 때 조심스럽게 베어내어 천막이나 돗자리에 말린 뒤 털어내면 됩니다.

3. 완두콩 & 강낭콩
콩과 작물들은 꽃 구조상 벌과 나비가 들어가기 힘들어 거의 100% 자가수분을 합니다. 알갱이가 커서 보관과 선별도 매우 직관적입니다.

방법: 덜 익었을 때 밥에 넣어 먹는 것과 달리, 채종용 콩은 꼬투리가 누렇게 변하고 만졌을 때 가죽처럼 마를 때까지 밭에서 완전히 익힙니다. 흔들었을 때 안에서 "달그락" 소리가 나면 수확해서 껍질을 까고, 그늘에서 바짝 말려 보관합니다.

4. 시금치 & 쑥갓
잎채소류 중에서도 고정종 씨앗이 흔하고 채종이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주의점: 시금치는 암수딴그루(암포기와 수포기가 따로 있음) 작물이라 수포기에서 꽃가루가 날려 수정이 됩니다. 따라서 한 포기만 남기면 안 되고, 여러 포기를 모아서 키워야 씨앗이 맺힙니다.

⚠️ 안전한 자가 채종을 위한 3대 원칙
시작할 때 반드시 '고정종'이나 '토종' 씨앗으로 심기: 시중에서 파는 봉지 씨앗 중 제품명 뒤에 F1 혹은 잡종강세라는 표현이 없고, '토종' 혹은 '일반 고정종'이라고 명시된 씨앗을 사서 첫 농사를 지어야 그다음 해 채종이 의미가 있습니다.

가장 건강하고 우수한 개체에서만 받기: 병에 걸렸거나 유난히 작게 자란 포기는 과감히 뽑아버리고, 기세가 좋고 수확량이 많았던 최고의 포기 몇 개를 '채종용'으로 지정해 끝까지 키워야 합니다.

바짝 말려서 밀봉 보관: 채종 후 습기가 남아있으면 곰팡이가 피거나 썩어버립니다. 햇빛이 아닌 그늘에서 바짝 말린 후, 지퍼백이나 유리병에 실리카겔(방습제)과 함께 넣어 냉장고 신선실이나 서늘한 암소에 보관해야 이듬해 발아율이 유지됩니다.

세균과 바이러스의 천적은 역시 세균과 바이러스 인가요?

흥미로운 관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맞습니다. 생태계의 모든 생물과 마찬가지로 세균과 바이러스에게도 그들을 잡아먹거나 무력화시키는 '천적'이 존재하며, 그 천적들 역시 마이크로 세계의 구성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의 복잡한 먹이사슬과 경쟁 관계를 몇 가지 핵심 사례로 정리해 드릴게요.

1. 세균을 잡아먹는 바이러스: 박테리오파지 (Bacteriophage)
세균에게 가장 무서운 천적은 다름 아닌 바이러스입니다. '세균(Bacteria)을 먹어 치운다(Phage)'는 뜻의 이름을 가진 박테리오파지가 그 주인공입니다.

공격 방식: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의 표면에 달라붙어 자신의 유전 정보를 세균 내부로 주입합니다. 세균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바이러스를 복제하는 공장이 되어버리고, 결국 세균 몸속에 가득 찬 바이러스들이 밖으로 터져 나오면서 세균은 죽게 됩니다.

응용: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를 치료하기 위해 이 박테리오파지를 활용하는 '파지 테라피(Phage Therapy)'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2. 바이러스를 방어하는 세균: 크리스퍼 (CRISPR)
세균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습니다. 세균은 수억 년 동안 바이러스의 공격에 맞서 정교한 면역 시스템을 진화시켜 왔습니다.

공격 방식: 세균은 과거에 자신을 공격했던 바이러스의 유전자 조각을 자신의 DNA 일부에 기록해 둡니다(일종의 블랙리스트). 만약 똑같은 바이러스가 다시 침입하면, 세균은 '크리스퍼 카스9(CRISPR-Cas9)'이라는 특수한 효소를 가위처럼 사용해 침입한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잘게 잘라 무력화시킵니다.

의의: 인간은 세균의 이 방어 체계를 발견해 현재 유전병 치료 등에 쓰이는 '유전자 가위' 기술로 발전시켰습니다.

3. 세균 대 세균의 전쟁: 항생 물질
세균들끼리도 한정된 먹이와 서식지를 두고 치열하게 싸웁니다. 이때 상대방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죽이기 위해 내뿜는 화학 물질이 바로 우리가 아는 항생제의 기원입니다.

사례: 곰팡이(진균)나 특정 세균들은 주변에 다른 세균이 오지 못하도록 독성 물질을 분비합니다.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도 푸른곰팡이가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방해하기 위해 내뿜는 물질을 발견한 것이죠.

4. 그 외의 천적들: 원생동물과 고등생물
세균과 바이러스의 세계 밖에도 이들을 위협하는 존재들이 많습니다.

아메바와 같은 원생동물: 흙이나 물속에 사는 아메바는 거대한 입으로 세균을 통째로 삼켜 소화해 버리는 '포식자' 역할을 합니다.

백혈구: 인간의 몸속에서는 백혈구(대식세포 등)가 침입한 세균과 바이러스를 직접 잡아먹거나 항체를 만들어 대응합니다.

요약하자면
세균의 천적: 박테리오파지(바이러스), 다른 세균들이 내뿜는 항생 물질, 아메바, 백혈구.

바이러스의 천적: 세균의 유전자 가위(방어 체계), 다른 바이러스(간혹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비로파지 존재), 면역 시스템(항체).

결국 미생물 세계에서도 "적의 적은 나의 친구"이거나 "창과 방패의 대결" 같은 치열한 생존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세계에 대해 더 궁금한 구체적인 사례가 있으신가요?

적겨자, 케일은 채종으로 씨앗을 얻어 다음해에 사용해도 품질에는 별 영향이 없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적겨자와 케일은 채종 난이도가 조금 높은 편이며 "주변 환경에 따라 다음 해 품질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가 정답입니다.

두 작물 모두 유전자가 비교적 잘 유지되는 고정종이 많아서 상추처럼 자가 채종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걸림돌이 두 가지 있습니다. 바로 '타가수분(다른 꽃가루받이)'과 '십자화과 작물의 엄청난 교잡력' 때문입니다.

이 두 작물을 채종할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짚어드릴게요.

1. 십자화과의 '가문 싸움' (교잡 위험성)
적겨자와 케일은 둘 다 십자화과(겨자과)에 속합니다. 이 가문 식물들의 특징은 꽃이 피었을 때 벌과 나비에 의해 주변에 있는 '친척 작물'과 바람바람 번개처럼 교배(교잡)가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십자화과 작물의 꽃과 씨앗 구조, AI로 생성
십자화과 작물의 꽃과 씨앗 구조. 출처: 자닮강좌

적겨자의 친척들: 갓, 브로콜리, 유채 등

케일의 친척들: 양배추, 브로콜리, 콜라비, 방울다다기양배추 등 (이들은 모두 학명이 Brassica oleracea로 같아서 그냥 같은 식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만약 밭에 케일을 심어두고 꽃을 피웠는데, 인근에 양배추나 브로콜리 꽃이 같이 피어있었다면 벌들이 이 꽃 저 꽃 다니며 가루받이를 시킵니다. 이렇게 채종한 씨앗을 다음 해에 심으면 케일도 아니고 양배추도 아닌, 맛없고 질긴 기괴한 잡종 채소가 나올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2. 자가불화합성 (내 꽃가루는 싫어!)
앞서 추천해 드린 상추나 콩은 자기 꽃 속에서 스스로 수정(자가수분)을 잘하지만, 케일 같은 십자화과 작물들은 근친교배를 피하기 위해 '자가불화합성'(자기 꽃가루가 암술에 닿으면 수정을 거부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반드시 동일 품종의 '다른 포기'에서 날아온 꽃가루를 받아야 건강한 씨앗을 맺습니다. 이 때문에 최소 수십 포기 이상을 모아서 키워야 정상적인 씨앗이 맺히며, 한두 포기만 외롭게 남겨두면 씨앗이 제대로 안 생기거나 부실해집니다.

💡 품질 변화 없이 안전하게 채종하는 조건
그래도 직접 씨를 받아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조건이 충족되어야 품질 저하를 막을 수 있습니다.

격리 재배 (거리 확보): 적겨자나 케일 꽃이 피는 시기에 주변 500m~1km 이내에 다른 십자화과 작물(무, 배추, 양배추, 유채 등)의 꽃이 절대 피어있지 않아야 합니다. 소규모 텃밭이나 인근에 다른 농가가 있다면 사실상 격리가 어렵기 때문에 망(모기장 같은 채종망)을 씌워 격리해야 순도가 유지됩니다.

월년생(두해살이) 특성 이해: 케일은 봄에 심으면 그해에는 꽃이 잘 안 핍니다. 밭에서 겨울을 나거나(남부 지방), 가을에 뽑아 인위적으로 얼지 않게 보관했다가 이듬해 봄에 다시 심어야 장대 같은 노란 꽃대가 올라와 씨앗을 맺습니다. 채종까지 걸리는 시간이 1년이 넘는 셈입니다.

요약하자면
상추, 들깨, 콩: 주변에 뭐가 자라든 자기들끼리 대를 잘 이어가므로 자가 채종 적극 추천.

적겨자, 케일: 주변 다른 십자화과 채소들과 바람이 나기 너무 쉽고, 2년에 걸쳐 키워야 하므로 일반 노지 개방된 밭에서는 매번 씨앗을 구매해 쓰시는 것이 품질 유징상 정신 건강에 훨씬 좋습니다.

토마토와 당근은 자가채종 씨앗을 사용해도 괜찮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토마토는 자가채종해서 쓰기에 아주 훌륭한 작물인 반면, 당근은 자가채종 난이도가 최상급이라 추천하지 않는 작물입니다.

두 작물의 성격이 완전히 극과 극인데, 왜 그런지 이유를 쉽게 풀어서 비교해 드릴게요.

1. 토마토 : 자가채종 "적극 추천" (매우 쉬움)
토마토는 고추, 콩, 상추와 더불어 완벽한 자가수분(제꽃가루받이) 작물입니다.
토마토 꽃의 자가수분 구조, AI로 생성
토마토 꽃의 자가수분 구조. 출처: Permies.com

위 구조에서 보시는 것처럼, 토마토 꽃은 노란색 수술(stamen)이 암술(pistil)을 원통 형태로 빽빽하게 감싸고 있습니다. 벌이 날아와 방해하기 전에 자기 꽃 속에서 꽃가루가 떨어져 수정이 끝나버립니다. 즉, 주변에 다른 품종의 토마토를 심었더라도 유전자가 섞일 확률이 5% 미만으로 매우 낮습니다.

조건: 처음 심을 때 '고정종(세계적으로 유명한 에어룸 토마토 등)'이나 '토종 씨앗'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일반 방울토마토나 찰토마토는 대부분 F1 잡종이라 씨를 받으면 다음 해에 다른 모양의 토마토가 나옵니다.

채종 팁 (습식 채종): 잘 익은 토마토 속의 젤리 같은 과육(발아 억제 물질이 있음)을 숟가락으로 긁어내어 물과 함께 종이컵에 2~3일 둡니다. 미생물에 의해 하얀 막이 생기며 발효되면, 물로 깨끗이 씻어내고 종이 위에 펴 말려 보안하면 됩니다.

2. 당근 : 자가채종 "비추천" (난이도 최상)
당근은 겉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채종 관점에서는 케일만큼이나 까다롭고 골치 아픈 작물입니다.
우산 모양으로 피는 당근 꽃 (산형화서), AI로 생성
우산 모양으로 피는 당근 꽃 (산형화서). 출처: Sprouted Garden

치명적인 교잡력 (타가수분): 당근 꽃은 위처럼 하얗고 평평한 우산 모양으로 피어납니다. 온갖 벌, 나비, 파리 등 곤충들이 앉아서 가루받이를 하기 딱 좋은 구조입니다. 특히 밭 주변이나 산기슭에 흔히 자라는 '야생 당근(사상자, 전호, 개당근 등)'과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교잡됩니다. 잡초 꽃가루가 섞인 당근 씨앗을 심으면, 다음 해에 주황색 알맹이는 안 열리고 질긴 뿌리만 가득한 잡초 당근을 수확하게 됩니다.

2년생 작물: 당근은 씨를 뿌린 그해에는 뿌리만 자라지 꽃이 피지 않습니다. 가을에 수확한 당근 중 가장 잘생긴 녀석을 골라 겨울 동안 얼지 않게 보관(움 저장)했다가, 이듬해 봄에 밭에 다시 심어야 겨우 저 흰 꽃을 볼 수 있습니다.

근친퇴화: 당근은 상추와 반대로 자기 꽃가루로 수정이 되면 기운이 약해지는 성질이 있어, 최소 수십 포기를 모아서 꽃을 피워야 정상적인 씨앗이 나옵니다.

요약하자면
작물 채종 추천 여부 이유
토마토 적극 추천 자기 꽃 안에서 스스로 수정하므로 순도 유지가 아주 쉬움 (단, 고정종일 것).
당근 비추천 2년 걸림 + 주변 야생 잡초들과 교잡이 너무 잘 되어 품질이 급격히 저하됨.
따라서 토마토는 마음에 드는 고정종 품종을 골라 매년 씨를 받아 대를 이어가 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리며, 당근은 그냥 매년 검증된 종묘 회사 씨앗을 구매해 쓰시는 편이 가성비와 정신 건강에 훨씬 이롭습니다.

 

 

 

상추,적겨자,케일,청경채,공심채,오이,참외,수박,호박,토마토 등 텃밭에서 키울 수 있는 채소들 중에서 자가채종 하여 씨앗을 심기 좋은 채소와 그렇지 않은 채소를 구분하고, 이유를 알려주세요

텃밭에서 직접 키운 작물에서 씨앗을 받아(자가채종) 이듬해에 다시 심는 것은 농사의 큰 기쁨 중 하나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질문해주신 작물들은 식물의 '수분 방식(가루받이)'과 '재배 목적'에 따라 자가채종이 아주 쉬운 작물과 난이도가 높은 작물로 명확히 나뉩니다. 보기 쉽게 분류와 이유를 정리해 드립니다.

1. 자가채종해서 심기 아주 좋은 채소 (추천)
이 작물들은 주로 자가수분(제꽃가루받이)을 합니다. 주변에 다른 품종이 있어도 자기들끼리 알아서 씨앗을 맺기 때문에, 작년에 심었던 그 맛과 모양(형질)이 그대로 유지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상추: 채종 난이도가 가장 낮습니다. 자가수분율이 거의 100%에 가깝습니다. 봄에 심은 상추를 따 먹다가 여름에 대가 올라오고(볼팅) 민들레 같은 작은 꽃이 피면, 그대로 말려 털어내기만 해도 엄청난 양의 씨앗을 얻을 수 있습니다.

토마토: 꽃 구조상 벌이 오기 전에 꽃 안에서 자기들끼리 수분이 끝납니다. 방울토마토든 찰토마토든 잘 익은 열매의 속을 긁어내어 겉의 미끈거리는 젤리 성분을 물에 씻어내고 말리면, 이듬해에 거의 똑같은 토마토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2. 자가채종이 가능하지만 주의가 필요한 채소 (보통)
이 작물들은 씨앗을 받기는 쉽지만, 십자화과(배추과) 작물 특유의 성질 때문에 주변에 다른 종류가 있으면 쉽게 바람이나 곤충에 의해 교잡(잡종이 됨)이 일어납니다.

적겨자, 케일, 청경채:

이유: 이 세 작물은 모두 사촌 관계(십자화과)입니다. 만약 텃밭에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키우면서 꽃을 피우면, 이들끼리 서로 교잡이 되어 내년에는 '겨자 맛이 나는 이상한 청경채'나 '빳빳한 적겨자' 같은 정체불명의 변종이 나올 수 있습니다.

대책: 채종을 하고 싶다면 딱 한 품종만 골라 꽃을 피우거나, 꽃이 피는 시기를 완전히 다르게 조절해야 원래 품종의 씨앗을 순수하게 얻을 수 있습니다.

3. 자가채종을 추천하지 않는 채소 (어려움)
이 작물들은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 타가수분(딴꽃가루받이) 작물이거나, 시중에서 파는 씨앗 자체가 잡종 강세를 이용한 F1 종자(일대잡종)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이, 참외, 수박, 호박:

이유 1 (교잡의 왕): 박과 채소들은 벌과 나비가 이 꽃 저 꽃을 바쁘게 다니며 수분을 해줍니다. 텃밭에 애호박, 맷돌호박, 단호박을 같이 심었다면 그 씨앗은 이미 족보가 꼬인 잡종입니다. 내년에 심으면 모양도 이상하고 맛도 쓴 호박이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참외와 멜론도 쉽게 교잡됩니다.)

이유 2 (맛의 저하): 특히 참외나 수박은 시중 씨앗(F1)으로 키운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나온 씨앗(F2)을 내년에 심으면 단맛이 싹 빠지거나 껍질만 두꺼운 과일이 열리는 등 유전적으로 퇴화합니다.

공심채:

이유: 동남아 온대/열대성 작물이라 한국의 봄~여름 기후에서는 잎과 줄기가 아주 잘 자라지만, 씨앗을 맺기 위한 꽃은 가을이 깊어져야 핍니다. 꽃이 피고 씨앗이 여물기 전에 첫서리가 내려 식물이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아, 한국 노지 텃밭 환경에서는 안정적인 채종이 기후적으로 어렵습니다.

📌 텃밭 채종 핵심 요약

상추와 토마토는 무조건 씨앗을 받아서 냉장 보관했다가 내년에 또 심으세요. 돈도 굳고 재미도 있습니다.

적겨자, 케일, 청경채는 꽃이 필 때 한 종류만 남겨두고 다 뽑아야 순수한 씨앗이 나옵니다.

오이, 호박, 참외, 수박은 매년 종묘상이나 당해 연도 인증된 씨앗(F1)을 새로 사서 심으시는 게 정신 건강과 수확물 품질에 훨씬 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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