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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 매도 플레이어와의 대화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 대화에 참여한 트레이더들은 KOSPI200 옵션 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다. 시장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수익을 자랑하고 있다. 거래규모도 상당하다. 


윤은 글쓴이고, 트레이더는 A, B로 표시한다.


윤: 옵션을 최초로 거래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모 기관에서 주식매니저로 활동하고 있었어요. 옵션 시장 초창기였어요. 그저 주가가 오를 것 같으면 콜옵션을 사고, 내릴 것 같으면 풋옵션을 사고 그랬어요. 그래서 300, 400만원 정도 벌면, 그냥 공짜로 번 것 같이 기쁘고 좋았지요!


윤: 그러다가 큰 손실을 보고, 옵션 매수에 대해 회의를 가지게 되셨군요? 

A: 아뇨. 옵션 매수로 물론 손해 볼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벌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에 같은 회사의 선배 매니저가 '옵션은 매도를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매도전략을 알려줬어요.


윤: 그게 무슨 전략인가요? 소위 말하는 양매도였나요? 

A: 아뇨. 커버드 콜이었죠.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그 후로 계속적으로 커버드 콜을 했고, 수익도 좋았죠. 그 전략을 오래 하면서, 옵션은 매도하는 것이란 습관이 자연히 생겼던 것 같아요. 그 후로는 장이 오를 것 같으면, 풋옵션도 과감히 매도하고 그랬어요. 마침 시장이 꾸준히 상승하던 시기이어서 그랬는지, 풋옵션 매도로 큰 손실을 입은 기억은 거의 없어요. 오히려 콜옵션 매도에서 의외의 손실이 발생하고 그랬어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풋옵션 매도보다는 콜옵션 매도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해졌어요. 그런 인식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양매도를 하게 된 것 같아요. 콜 사이드의 위험은 주식보유가 상쇄해 주고, 풋 사이드의 위험은 당시 우리의 경험이 상쇄해 주었지요. 


윤: 아주 일천한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었군요. 하여간 그 이후로 양매도 전략이 아주 성공적이었나요? 당시는 옵션의 내재변동성이 실현변동성보다 훨씬 높았잖아요. 그리고 그 이후로 내재변동성도 추세적으로 꾸준히 하락했구요. 돈 버는 것이 아주 쉬웠겠군요?


A: 그래요. 하하하. 풋옵션이 덜 위험하다는 생각에 풋옵션을 한정 없이 매도하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네요. 하여간 운이 좋았는지 돈을 벌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는 아주 쉬웠어요. 물론 지난 것이 어려워 보이는 게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옵션 매도해 놓고 기다리면, 사라지는 프리미엄의 합이 설찮았어요. 아주 많았다구요. 물론 맘 고생이 없었던 것은 아니예요. 당시 옵션 매도하던 매니저들이 모두 다 살아 남은 것도 아니구요. 그러나 돌아 보면, 그 때는 옵션이 지나치게 고평가 되어 있었고, 당시 우리 회사가 매니저의 손실에 관대하기도 했어요. 그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저에게는 유리한 환경이었지요. 그때는 옵션으로 뜻하지 않은 손실을 입으면, 윗사람이 오히려 법인카드를 줬어요. 마음 풀고 내일부터 다시 잘 해보자구요. 지금 같으면 바로 책상이 빠질 일인데, 그 때는 오히려 반대였으니까요. 하하하


윤: 세상에! 지상낙원이었군요. 거래 많이 해서 브로커들에게 대우 받고, 시장 환경이 좋아서 매매이익도 많았고, 어쩌다 손실 나면 윗사람이 챙겨주고, 그런 환경이라면 10에 9은 성공할 수 있었겠네요. 호호호 

A: 그렇지도 않아요. 그런 환경에서도 1/3 정도만 살아 남았던 것 같아요. 


윤: 이후 옵션 매도전략은 어떠한 변화를 겪었나요? 큰 틀이 변하기도 했나요? 

A: 크게 손실을 볼 때마다 조금씩 변해갔어요. 제 경우는 주로 스트랭글 매도를 많이 했고, 스트래들 매도는 하지 않았어요. 그 후로 시장이 상승 추세일 경우는 먼 외가격 풋옵션을 매도하고, 그것보다 더 먼 외가격 풋옵션을 매수하는 풋 강세 스프레드를 구성하기도 했죠. 이것도 일종의 옵션 매도, 변동성 매도의 일부로 이용한 것이죠. 위험을 한정하는 풋옵션 매도였죠. 그런 식으로 시장이 하락 추세일 경우는 먼 외가격 콜옵션으로 콜 약세 스프레드를 구성하기도 했죠. 두개를 동시에 하여 아이언 콘도어 같은 것을 구성하기도 했죠. 일종의 위험 관리로 더 먼 외가격 옵션을 매수하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그 쪽까지 가는 경우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먼 외가격 옵션을 사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라는 고민을 오래했지요! 그러면서 간 곳이 결국은 양레이쇼 전략이예요.


윤: 그 전략을 제가 스파이더(spider)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손익 모양이 거미와 같다고 해서요. 

A: 그러네요. 모양이 스파이더네요. 스파이더 전략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큰 변화를 주지는않았어요.


윤: 스파이더 전략은 변동성 매도 전략입니다. 변동성은 증가하기도 하고, 감소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변동성이 아주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변동성 수준이나 변동성 추세와 상관없이 항상 변동성 매도를 한다는 것이 저로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주가는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잖아요. 방향성 시장에서 항상 매도만 하는 사람이 돈을 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변동성 시장에서도 항상 매도만 하는 사람이 돈을 벌 수 없을 거라는 것이 제 생각인데요. 이런 생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부 투자가들은 옵션은 매도의 대상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까지 변동성은 매도의 대상일 뿐이라고 말하는데요. 저는 그런 소리가 무지의 소치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매도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옵션은 매도의 대상일 뿐'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십니까?


A: 이런 어려운 질문이 나올 것 같아서 제가 인터뷰를 하기 싫었던 거예요. 저는 한국시장의 변동성이 장기적 추세상으로 하락이었던 것이 저의 손익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과 같이 옵션의 내재변동성이 아주 낮은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거라 믿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 큰 위기 의식을 가지고 있죠. 한국시장에서 변동성이 장기적으로 하락하였다고 해도, 중간 중간에 발생한 변동성 폭발은 정말 견디기 힘든 것이었고, 그 때마다 많은 옵션 매도플레이어가 사라졌어요. 그런 것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만이 옵션은 오로지 매도의 대상일 뿐이라고 용감하게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윤: 그렇다면 변동성 매도전략이 매수전략에 비해 구조적 우월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것인가요?

A: 당연하죠. 그런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혹자는 구조적으로 우월하다고 말해요. 이자율만큼요. 옵션 매도를 하면, 돈이 들어오고, 옵션 매수를 하면, 돈이 나가니까요. 그러나 그런 현금흐름도 사실은 옵션 가격에 다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구조적 우월성은 있을 수가 없지요. 다만 한국시장에서 경험적으로 우월했던 것 뿐이지요.


B: 저는 구조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상황이든지 시간가치 감소(time decay)는 있는 것이니까요. 내재변동성이 낮다고 해도, 시간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요. 옵션이 싸면, 시간가치가 박한 것이지요. 현재가 그런 상황이구요. 그러나 박해서 그렇지 time decay는 있기 마련이지요.


윤: 음!!! 이론적으로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말씀이군요. 그러니까 이런 말씀인가요? '내재변동성이 감소하면 매도자가 유리하고, 증가하면 매수자가 유리하다. 그러나 내재변동성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고 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세타(theta)만큼의 포지션 가치 감소 효과가 있기 때문에 변동성 매도자가 유리하다.' '즉 매도자는 변동성 하락시뿐 아니라 변동성 횡보시에도 이익이 발생하므로 유리하다'는 말씀인가요? 그것은 변동성 매수의 기대수익률이 변동성 매도의 기대수익률보다 높다는 구조적 문제에 이미 반영된 것 아닐까요?

B:  그런가요? 그렇게 말해버리니까 제가 틀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옵션 매도가 우월한 전략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윤: 그렇다면 위에서 말한 스파이더 전략이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우월한 전략일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B: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문제는 위험관리를 하는 방법에 따라 승패가 크게 좌우되지만, 매수전략에 비해 우월한 것은 분명하다고 믿어요.

A: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스파이더 전략이 장기적이고, 구조적으로 다른 전략에 비해 우월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윤: 그렇다면 왜 그 전략을 고집하죠?

A: 고집한 적 없는데요. 하하하. 그 전략을 선택한 것은 그 전략의 우월성 때문이라기 보다는 제 개인적인 마음가짐의 문제예요. 저는 그 전략을 취하면, 심리적 안정을 가질 수 있어요. 다른 것에 비해 스파이더 전략을 취해야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어요. 저한테 맞는 전략인 거죠.


윤: 매매를 하다 보면, 변동성이 크게 증가할 것 같은 때가 있지 않나요? 즉 옵션을 사고 싶을 때가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경우가 없나요?

B:  있지요. 


윤: 그럴 때는 어떻게 하나요?

B:  매도량을 약간 줄이지요! 


윤: 왜 매수는 하지 않으세요. B님은 '구조적이고 장기적으로 매도가 유리하다'고 생각하신다고 했는데, 만일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단기적으고, 확률적으로 매수가 유리한 상황이 있을 수 있잖아요.

B:  그럴 때가 있겠지요. 그래도 매수하는 경우는 없어요. 그것은 역시 마음가짐의 문제, 또는 기호(嗜好)의 문제지요.

A: 좋은 말이네요. 남자가 좋은 사람은 평생 남자고 좋고, 여자가 좋은 사람은 평생 여자가 좋잖아요. 이번에는 남자가 좋았다가, 다음에는 여자고 좋고 한 경우는 드물잖아요. 그런 사람이 있기는 하겠지만요.


윤: 하하하. 아주 명확하게 정리가 되는군요. 최근에는 어떻게 매매하고 계신가요?

A: 특별한 게 있나요? 늘 그렇지요. 


윤: 늘 남자가 좋은 모양이네요? 호호호.

A: 아뇨. 늘 여자가 좋은 거지요. 하하하. 

B: 수량을 많이 줄였어요. 지난 10월물 옵션에서 아주 큰 위험 신호가 나왔구요. 마치 지난 5월의 변동성 폭발이 곧 올 것 같은 불안감도 있는 것이 사실이거든요.


윤: 그동안 여러 차례 변동성 폭발이 있었는데요. 그 와중에서도 살아 남으셨는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요?

B:  크게 두가지로 위험 관리를 합니다. 첫째는 큰 추세를 따라가려고 해요. 항상 대형 음봉이나 대형 양봉이 나면, 델타를 가지고 시장을 따라가려고 해요. 추세에 역행하지 않는 델타, 그것이 첫번째 위험관리 방법이구요. 둘째는 시장의 컨센셔스를 중시해요. 시장이 이구동성으로 하락을 얘기하면, 오히려 풋옵션을 매도하는 데에 자신감을 가져요. 시장이 하락을 걱정하면, 매도하는 콜옵션 행사가격은 한단계 더 높여서 잡지요.


윤: '추세와 컨센서스' 언뜻 들으면, 모순적인 두 가지를 위험관리의 방법으로 사용하고 계시네요. 일단 시간 관계상 오늘의 대화는 여기서 멈추기로 하구요. 추세와 컨센서스에 관한 이야기는 반드시 다음 번에 다시 해 주세요. 

A,

B:  그만 만나요. 더 이상 할 얘기도 없는데요. 미천 다 떨어졌어요. 하하하. 

윤: 고맙습니다. 반드시 또 다시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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